가을 비바람에 숲에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나뭇잎들이 떨어져 숲길을 거닐면 낙엽 밟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립니다. 숲길의 정경 또한 너무 멋집니다. 너무 일찍(?) 잎을 떨군 나무 입장에선 많이 속상하겠지만, 단풍든 나무를 보고픈 이들에게도 역시 엄청 속상하겠지만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온 산을 뒤덮고 있던 수풀들이 산의 모양이 이랬었난 싶게 그 자취들을 내려 버렸습니다.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광경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풀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고, 올라설수도 없었는데 이젠 평소 다니던 숲길에서 윗쪽으로 좀 더 올라가 다른 풍광들을, 변화들을 지켜볼 수 있을듯 합니다.

반대쪽인 산아래 방향도 마찬가지 입니다. 평소엔 큰 나무들의 위용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세상이 잎을 떨군 사이 새로운 모습으로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에게 최고의 풍광을 누리는 위치가 이제 바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ㅎ

괴산읍내를 나갈려면 괴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 넓이가 굉장하답니다. 그곳의 갈대장관 역시 대단합니다. 강물과 어우러진 그 풍광 역시 혼자보기 너무 아깝지요.

숲의 데크엔 그동안 삐걱거리던 탁자와 의자대신 아주 멋진 테이블과 의자로 교체되었습니다.

방문자에게 좀 더 멋진 풍광을 누리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늦은감이 없지 않지만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제부터 새로운 식구도 들어왔습니다.

첫날부터 어찌나 정성을 들여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를 할려고 하는지...

그래서 한달이 훨씬 지나서야 백오님과 걸었던 숲길을 오늘 함께 거니는 엄청난 혜택(?)을 주었답니다.ㅎ

오늘은 입산한지 만 세달이 된 날입니다. 아니 하루가 더 지났다고 해야 할까요?

참, 많이 변했습니다. 보통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지만 지극히 딱딱하게 살아온 저에겐 이정도의 수준도 엄청 바뀐 것이지요. 그래서 이 숲이, 이 숲으로 오게 된 여러 환경이, 또 세달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유무형의 도움들에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곰은 100일만에 사람이 되었다지요.

저는 100일이 되면 어떤 변화가 더 있을까요?

아마 100일로는 부족할 듯 하여 오늘 겨울을 날 수 있을만큼의 보일러 기름을 채웠습니다.

나무로 난방을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대신해야 하고, 또 특별한 상황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과...

저의 변화로 끝나서는 안됨을 저는 잘 압니다.

여우숲이 원래의 지향을 잘 살려서 열심히 노력하여 그동안의 부족함을 덜어내고 일신하는 모습을, 거기에다 경영상의 어려움도 떨쳐내고 도약하는 변화를 반드시 이루어 내야만 합니다.

여우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님들의 열렬한 지지와 성원, 홍보 등이 필요합니다.

여우숲이 겪고 있는 겨울이, 계절의 겨울이 지나는 시점에 제대로 봄을 맞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분명히 그리 될 것이란 확신이 있지만 그 역시 님들과 함께 할때만 가능하겠지요.

벌써 바깥은 캄캄해졌습니다. 유난히 조용한 이 숲의 밤에 새로운 식구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오늘은 퇴근을 아주 정확하게 해야될 듯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