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은 정말 바빴다.

단체팀이 금요일 저녁 늦게 들어와서 아침부터 바쁘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점심무렵 퇴소했다. 이어서 중고등학생 40여명이 방문해서 용규선생의 강의를 듣고 간식을 군고구마를 먹게 되었다. 아이들이 먹는 것이라 정성을 다해 굽긴했는데, 그 맛이나 굽힌 상태에 대해 장담할 수 없어서 몹시 집중했었다.

그러다보니 객실에 들어오시는 손님들을 위한 준비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해서 엄청 바쁘게 힘들게 보내야 했다.

그런중에도 귀한 손님이 방문하셔서 저희들을 위해 오히려 파티를(?) 열어주셨다.

담소를 나누며 실컷 먹으면서 보니, 아주 단아한 어머니와 딸이 동석해 있었다. 딸이 대학의 학과가 잘 맞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나는 그것만으로도 너무 멋지다며, 그 시절 그런 고민하는거 최고라고, 나는 이 나이에 고민하는데 하면서 말해 주었다.

그러다 늦은 시간 자리를 옮겨 대화를 하던 중, 제가 경영의 달인(?)이라 일컫는 가사장께서 본인의 삶을 이야기하며, 현실속에서 어떻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는가에 대한 살아있는 강의가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김용규선생도 학생을 위해 귀한 조언들을 했다. 아주 특별한 시간이라 느꼈다.

그런데 내가 그때서야 알게 된 사실은 학생의 언니(?)가 태어날때부터 장애가 있는데, 그것을 치료해 주고 싶어 특별히 그 학과를 선택했고, 그 공부를 너무 하고 싶은데 과에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듯하고 교수님 역시...

그래서 다니기 싫어한다는...  그 고민을 새벽녘에 어머니에게 문자로 보냈는데, 그것을 보신 어머니가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의 대학 기숙사로 바로 찾아가, 같이 공감하고 아파하며 여우숲을 찾아 오셨다고 했다. 헤어질때서야 그 사실을 알았는데, 그 사랑이, 배려가 얼마나 예쁘고 감사하던지 감동이 밀려왔다.

같은 신앙인이기에 기도하겠다고 약속했고, 매일 그를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픔과 불편함에 관심을 가지고 공감하는것, 그것의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애쓰고 노력하는것, 나는 하고 있을까? 사회복지사로써 생명사랑을 늘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반성이 앞선다.

다녀간 후, 문자로 감사의 메세지를 보내왔다. 어머니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딸의 언니를 사랑하는 마음, 그런 모습들이 가족들간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보며 많이 반성했다.

나는 아버지로서 전혀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요즘 무척 애쓰고 있는데, 아직 아이들이 잘 적응이 안 되는 느낌이 든다. 좀 더 다정다감한 아버지가 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가족과 주활동지를 떠나 숲으로 들어온지 100일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첫 경험도 많았다.

그 어느시절보다 많은 깨달음에 반성과 회한, 감사와 다짐들이 공존한 시간이었다.

나에게 찾아온 겨울을 얼마나 잘 지혜롭게 보내야 하는지 머리로는 충분히 인식하지만 지혜가 부족함을 실감한다. 더 노력해야 함을 잘 알지만 자꾸만 게을러지기도 한다.

다 내려놓았다고 자부했건만 여전히 한쪽에선 응어리로 남아 있음도 알게된다.

특별히 나의 하나님께서 부족한 사람에게 특별한 기회를 주셨다. 어쩌면 그것을 통해 변화되길 바라실지도 모른다.

더 겸손해지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과 원인이 나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조심스럽게 다시 한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100일 동안 얻은 수많은 깨달음, 교훈 중에서도 이 즈음에 찾아온 학생의 헌신적인 가족애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특별함은 무엇일까?

지난 100일간 부족한 사람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