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에 지원해 주신 여러분, 애쓰셨습니다.  

자신이 누군지 일차적으로 가늠하고 정리해 볼 것을 요구한 질문에 답을 해나가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어느 지원자의 표현처럼 즐겁기도 했을 것이고 또 다른 지원자의 표현처럼 막막하거나 먹먹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제출한 지원서에 지원자가 얼마나 자신을 곱씹어 되새겼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지원서 접수가 마감되자마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역사를 살폈습니다. 어느 대목에서는 나도 함께 기뻤고 어느 대목에서는 나도 함께 아팠습니다. 그날 새벽 모두의 지원서 검토를 마쳤습니다. 그 후 사흘간 무겁게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1차 합격자를 다음과 같이 결정했습니다. 

김근영(서울 거주)

손준호(포항 거주) 

두 분의 1차 관문 통과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번 서류전형에 합격하지 못하신 분에게는 그 이유와 소회를 담은 메일을 개별적으로 드렸습니다. 별 일 없다면 내년에도 같은 시기에 2기 연구원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자, 1차 합격한 두 분에게 이제 2차 관문에 대한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2월은 4주입니다. 2월 한 달간 매주 1권, 총 4권의 책을 읽고 리뷰하며 4편의 글을 써서 연구원의 기본자질을 검증하는 것이 2차 관문입니다. 

2월 7일 까지 읽고 리뷰하고 써야할 책 : 제러미 리프킨, 공감의 시대(민음사)

2월 14일 까지 읽고 리뷰하고 써야할 책 :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에코의 서재)

2월 21일 까지 읽고 리뷰하고 써야할 책 :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 비판(문예출판사)

2월 28일 까지 읽고 리뷰하고 써야할 책 : 장회익 외, 생태적 삶을 추구하는 영성(동연) 

총 5권의 책에서 4권의 책으로 조정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이 관문은 첫째 자신과 다투어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인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둘째 해체하고 결집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언어, 나의 정의를 벼려나갈 역량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1차 관문을 넘어선 두 분 모두 합격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결과에 따라 1기 연구원 과정의 출발이 무산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연구소 출범을 뒤로 미뤄야 하는 아쉬움과 마주하겠지만, 그것을 회피할 마음도 없습니다.

자, 책을 리뷰하는 방법 안내입니다.

여러분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까지 제시한 책을 읽고 다음 두 개의 과제를 제출해야 합니다.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1. 한 페이지 요약 및 견해는 책을 한 페이지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읽은 책을 간명한 핵심을 담아 타인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한컴오피스 한글 10포인트, 1쪽 이내를 원칙으로 하되, 최대 1.5쪽을 넘지 않도록 할 것) 

반드시 포함해야 할 사항은 1) 한 단락 정의 (‘이 책은 어떠어떠한 책이다’를 한 단락의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 2) 책의 저자에 대한 설명(책이나 인터넷 등에 소개된 내용을 그대로 소개하지 말 것, 나의 언어로 압축해서 설명할 것) 3) 저자가 책을 쓴 배경(또는 담고 있는 문제의식)과 그 핵심 내용 또는 주장 4) 비판적 보완 (책의 기획, 구성, 내용 등 책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비판적 보완을 해봄)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책을 읽으며 얻게 된 저자의 소중한 지식과 정보, 통찰과 사유 등을 책의 페이지 순서대로 정리합니다. 그리고 정리한 끝에는 반드시 책의 페이지를 기록해 둡니다. (예시: 특정 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길 경우 288, 여러 페이지를 정리하여 옮길 경우 288 ~300처럼 표기할 것)

다음은 ‘매주 한 편, 나의 글쓰기’ 과제에 대한 안내입니다.

이 과제는 매주 일요일 밤 11:59(23:59) 전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과제는 글감을 찾는 훈련과 글을 써가는 수련이 포함된 과제입니다. 주제는 가능한 그 주에 읽은 책에서 모티브를 발견하면 좋을 것입니다. 어떤 내용이나 문장 하나에서 글감이 떠오를 수도 있고 단어 하나에서도 떠오를 수 있는 것이 글감입니다. 자신의 직간접적 경험이나 인식과 연결하여 써도 좋을 것입니다. 일단 막막함을 이기고 해보기 바랍니다.

읽고 정리하는 작업보다 이 작업이 때로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그 고통을 껴안기 바랍니다. 고통은 내가 이전에는 도달한 적 없는 경지와 마주하게 해주는 가장 큰 스승입니다. 단, 명심하십시오! 그것을 껴안고 통과한 사람들만이 그 경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2차 관문의 과제는 시한을 포함한 각종 기준과 내용을 엄수, 일단 나에게 메일로 보내십시오. 연구원 선발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나면 최종합격자와 논의하여 별도의 인터넷 공간을 구상할 계획입니다.

자, 더 궁금한 점은 내게 직접 전화나 메일로 물으시고, 오늘부터 한 달간 기쁘게 보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