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숲을 아주 천천히 한시간여 걸었습니다.

어제부터 많은 비가 왔고, 현재도 오고 있는 숲이지만 층층나무관과 산방앞의 전경만 보는것보다, 숲속에 들어가보면 뭔가 달리 보이는것이 있지 않을까 호기심도 생기고, 건물 뒷쪽으로 흐르는 물길도 좀 돌려놓아 볼 심산으로 바다랑 함께 걸었답니다.

홀로 떨어져 있는 나무들은 말그대로 추풍에 많은 낙엽들을 떨어뜨렸습니다. 비까지 제법 세게 많이 왔으니 거의 다 떨러뜨린 나무도 보였습니다.

이웃한 나무들이 좀 있으면 바람을 좀 덜 맞아서인지...

나뭇잎은 고사하고 나무가지가 부러져 있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둘러보니 홀로 높이 솟아오른 나무였습니다. 더불어 잘 살았으면 저렇게 부러지는 일은 없었을 터인데... 제 팔자이겠지요?ㅎ

이 상황에서도 가냘프지만 온전히 잎들을 멋지게 물들인 나무도 있었답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니 자연속의 숲을 보면서 삶을 연결시켜보는 노력들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용규선생의 강의에서 많이 적용되었기에 저도 조금씩 그런 노력들을 해 보면 좋겠다는...

그래서 천천히, 그리고 머물러 유심히 살펴보는...  그러다보니 그동안 안 보였던 부분들이 조금씩 보이기도 하고, 뭔가 평소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 생각보다 더 걸었나 봅니다.

비가 와서 사무실에 갇혀있는 느낌에 다운되었었는데, 발이 다 젖도록 다녀온 후엔 참 좋습니다.

어떤 이유인지 스스로 가지를 꺽어버렸고 지금의 모습은 다소 초라해 보이는 나무들, 이번 추풍으로 인해 가지가 꺽였으나 아직은 기세가 당당한 나무들 모두 아무 말이 없습니다. 이들은 일년후쯤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을까요? 또 그들을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어야 할까요?

비록 많은 잎들을 예상보다 빨리 떨구었지만, 이 비가 그치면 이젠 마지막으로 화려한 치장을 위해 속도를 내겠지요.

이 숲의 온전한 가을 풍광은 어떨까요?

저는 심하게 궁금한데요.ㅎ

P.S 숲 소식 안 올라온다고 타박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기다려 주셔서 넘 감사하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엄청 부담인거 아시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