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전에 갑자기 여우숲에 갈려고 하는데 방이 있는지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방은 있는데, 몇시쯤 도착하는지 물으니 오후 세시 전후라고 해서 그동안 방의 온도를 올려 놓으면 되겠다 해서 오시라고 했다.

밥은 어떻게 하는냐고 해서 직접 해 드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알았다고 하셨다.

느낌에 연인이 오지 않을까...

아니나 다를까, 오후 너댓시쯤에 커플(?)이 왔다. 먼저 커피를 드립해서 대접하면서 참 멋진 커플이다, 너무 싱그럽다, 예쁘다...  등등 그런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참 좋았다.

숙소를 안내해 드렸고, 잠시후 계산을 위해 사무실에 들러셨다.

스스로 결혼 5주년 기념일인데, 같은 직장에 다니긴 하지만 결혼 후 연이어 두명의 아이를 출산하고 보육하느라 둘만의 시간을 한번도 가져보지 못했다는, 그런데 갑자기 두사람에게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져 여우숲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조심스럽게 와인잔이 있는지 묻기에 그들만의 파티를 할 거란 예상을 하면서 바로 내어 드렸다.

다른 팀이 또 있어서 분주하게 움직이다. 산방에 들어왔고, 이튿날 오전에 그들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

쓰레기를 모아 봉투에 담아서 내려왔다. 쓰레기를 보니 아침은 컵라면으로 때운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행복한 모습이었다. 가면서 보내온 문자메세지도 행복함이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듬뿍 묻어나왔다.

세상 어느 부부보다 더 멋진 결혼기념일 의식(?)을 치르고 돌아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한없이 부러웠고, 나의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주중에 나도 결혼기념일이 있는데, 우린 떨어져 있으니...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사랑하는 예쁜 부부의 모습, 소박해 보일수 있지만 밝게 뜬 달과 별들을 들러리로 세우고 숲을 연회장으로 활용한 그들은 최고로 화려한 결혼기념일을 보냈으리라.

그런 예쁜 이들이 당당한, 그들을 심하게 부러워하는 세상이 오길 바라는 것은 꿈일까?

여우숲은 여전히 눈에 쌓여 절경이다. 대신 불편함도 있으니...

정국장이 하산했다.

이제 다시 혼자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