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오고난 뒤 컨디션이 대체로 좋았다.

특별히 다운되지 않아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명절끝에 감기가 왔는지 오늘 오전은 너무 힘이 들었다.

명절에 2박을 하셨던 가족들이 점심시간 무렵 가시고, 아주 멋진 여선생님 두분이 백오님과 함께 숲에 오셨다. 걸어서 올라오다가 백오님을 만났다고 한다.

독서와 관련된 학생들을 데리고 11월에 숲에와서 1박을 하기로 되어 있던 터라 답사를 오셨던 것이다. 아무리 열정이 있다해도 휴일에 선생님이 답사를...

전근가신 직전 담당선생님과 현재의 선생님이 같이 오셨다. 담당업무가 아닌 주전공이 독서지도(?)인 충북에서 열한분밖에 안계신 사서선생님 이셨다.

이분들과 장시간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을 참 많이, 진심으로 사랑하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그런 선생님이었다.

본인의 입신과 아이들의 장래 등을 함께 염려하며 강요하는 그런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만 생각하는, 하지만 입시와는 관계없는터라 이해도가 떨어지는 지도자가 있는 학교에선 찬밥(?) 신세.ㅎ

판만 벌려주면 혼신을 다해 열정을 불사르게 만드는 그런 선생님이 있는 학교는 학부모나 학생의 입장에선 늘 바라는바 아닌가?

그런데 그 판을 되려 억제하거나 무관심하다면 그 손실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갈 터인데...

리더는 진정 자기가 불태우고자 하는 그곳에 스스로 불쏘시개가 되어 주변까지 태울수 있어야 마땅하거늘, 스스로 열정을 불태우고자 하는 이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리더의 자격이 없는것이 아닐까?

학교를,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비난하는 이들은 많지만 이들 현장의 환경을 잘 살피거나 그들의 형편과 입장을 귀담아 듣는 이들이 많지 않음은 우리의 아이들이 계속 불행해지기를 바라는것과 무엇이 다른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백오님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며 자연의 순리를 종종 이야기한다. 나무는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가장 비효율적인 부분을 스스로 떼어내는, 그래서 남은 생명들을 잘 유지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기업체에서 어렵다고 직원들을 마구잡이로 밀어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비효율적인 것을 스스로 쳐냄으로 가장 효율적인 것을 키워내어 더 성장하고 변화해내는 그들의 모습을 학교도 배웠으면 좋겠다.

수업시간을 조정하며 무지막지하게 아이들에게 점수 올리기를 강요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까? 그런 학교의 리더를 잘한다고 박수치며 온갖 치사를 늘어놓는 학부모가 진정 아이를 사랑하는 것일까?

놓을것을 놓을줄 아는 지혜로움, 잡을것을 꼭 잡아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는 리더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학교에서 먼저 보고싶다.

아이들에게 온전하게 미쳐, 신이난 선생님들이 활개치는 학교를 상상하는 것은 무리일까?

그런 두분의 선생님을 오늘 맘껏 응원했다. 여우숲도 힘 닿는대로 돕겠다고 약속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그들의 멋진 모습에 반했는지, 감기가 저 멀리...

그래도 오늘은 군불을 좀 제대로 때어야겠다. 좀 지지면 내일은 훨씬 더 좋아지겠지.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