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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길이 어떤 길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 묻는 그에게
  글쓴이 : 김용규 (116.♡.7.31)     날짜 : 16-03-03 18:43     조회 : 917    
모레가 경칩이라지만 음지에는 사나흘 전에 내린 눈이 고스란합니다. 저 눈 다 녹기 전에 나서야한다는 조바심이 있었지만, 미리 잡힌 남쪽의 강연이 있어 그러지 못했습니다. 수를 낸 것이 오전에 강연을 하고 오후, 돌아오는 길에 그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 안성 부근의 식물원에 도착한 것이 오후 세시 반, 그곳 식물원에 10년 동안 근무한 지인을 반갑게 만났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우리는 해가 산 그림자를 만들기 전에, 빛이 남아 있는 동안에 식물원을 둘러보자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활짝 피어난 샛노란 빛깔의 ‘얼음새꽃’을 신이 나서 연신 카메라에 담고, 풍년 기원 농악에 등장하는 상모의 끈처럼 말리며 피어나는 모양이라고 붙여진 이름의 꽃 ‘풍년화’도 밀착해서 담았습니다. 아직 만개는 드물었지만 터질 듯 부푼 ‘납매’ 곁에서 그 아슬아슬한 모습을 담다가 은은한 납매 향에 한참을 머물기도 했습니다. 음지쪽 습한 자리, 제 몸의 온도로 덮인 눈을 녹이며 둥근 머리를 쳐들고 막 터질 태세를 갖춘 ‘왕머위’ 장면을 담으면서 감격했고, 반 음지 눈 덮인 사면에서 똑같이 자신의 체온으로 눈을 녹이며 피어나고 있는 ‘앉은부채’에게도 긴 눈길을 주었습니다.
 
어느새 빛은 줄었고 우리는 서둘러 식물원의 출구로 향했습니다. 순간 구상나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공간, 긴 가지 어둑한 자리에서 산비둘기 한 쌍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새들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없었으나 그들 모습에서 어느 부부 사랑하며 밤을 맞는 침실, 다정하게 나누는 수다가 묻어나는 듯 했습니다. 살금살금 뒷모습을 도둑질해서 그 장면을 카메라로 옮겨 담았습니다. 뷰파인더로 확대되어 들어오는 그 모습이 얼마나 쓸쓸하면서도 안심이 되는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새들은 저렇게 밤을 맞는구나. 저곳에서 차가워지는 바람을 서로를 의지하며 피하겠구나. 그렇게 별을 보면서 잠들겠구나. 쓸쓸한 것이 삶이라지만 그 쓸쓸함 함께 나눌 이 있어서 또한 건널 만한 것이겠구나.’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밀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 자유롭고 싶어서 서울을 떠나와 10년을 보낸 식물원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면서 살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더 확고한 내 길로 나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다시 삶을 전환하기 위해 나는 변화경영연구소를 오래토록 기웃거렸습니다. 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 회자되는 몇 권의 책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이 제시하고 있는 이런저런 도구와 방법들을 통해 나의 길은 어떤 길이 좋을까를 탐험했지만,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길을 알 수 있을까요?”
 
내가 되물었습니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부인과는 어떻게 결혼했습니까? 저 여인이 내 여자라는 확신이 단박에 들었습니까? 아니면 그 이전에 마음을 주었던 숱한 여인들에게 까이고 아파한 세월 뒤에 만나 결혼하게 되었습니까?” 내가 말을 이었습니다. “새로운 길, 진짜 나의 길인 새로운 길을 찾는 방법에 대해 나는 요즘 사람들의 주장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도구와 방법이 먼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러저러한 도구를 써서 나를 규명해 보고, 이런저런 방법론을 적용해 나를 실험해 보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오히려 그건 누군가와 연애를 하듯 시작되는 것이 정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산다는 것처럼 중차대한 일대사(一大事)가 흔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대사를 두고 우리는 어떻게 하던가요? 도구와 방법론을 가지고 상대와 나를 분석하는 것이 먼저 일어나던가요? 아니지요. 그냥 끌리는 겁니다. 먼저 끌려서 요즘말로 ‘썸’을 타기 시작하는 겁니다. 끌리고 나면 우리는 자연스레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발적으로 그이와 더 깊어지기 위한 작업을 자신만의 창조성을 터트려가며 진행하게 됩니다.”
잠시 물로 목을 축인 뒤 말을 이었습니다.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연애, 그것과 같으냐고? 나는 같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길을 찾기 위한 도구와 방법에 집착하느냐고? 그건 아마도 아플까 두려워서 일겁니다. 새로 떠난 길 위에서 엎어지거나 길을 잃을 경우 감당해야 할 아픔이 너무 두렵게 느껴져서 일겁니다. 하지만 원래 아픈 것이지요. 사랑하면 설레고, 또한 사랑하면 아픈 것! 그게 사랑의 본질이잖아요. 그게 두려워 사랑을 거부하는 것은 부자연한 거잖아요. 인생 역시 그런 것이지요. 살아있음은 눈부신 것이지만 살아있음은 또한 외롭고 쓸쓸한 것이잖아요? 새로운 길이요? 그 역시 그렇지요. 설레고 아프고…. 그러니 연애하고 싶게 한 그 마음의 결을 따르면 됩니다. 그 마음이 시키는 대로 시작하는 겁니다. 아픔? 두려워할 일 아닙니다. 누군가를,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또한 아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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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벗 로이스가 기획하고 김홍근 교수가 안내하는 <교토 문화유산답사 여행 4일(4.14-17)>에 변경연 식구 세 분을 초대합니다.
 저의 스승 구본형 선생님 부탁으로 스승님의 연구원들을 위해 '보르헤스강의'를 해주셨던 김홍근 교수님이 친히 안내하는 <교토의 정원여행>입니다. 유홍준 일본문화유산답사기 4편에 소개된 천년고도 교토의 유명사찰과 명원(名園)을 4일 동안 모두 돌아보며 일본미의 정수와 일본 정신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행입니다. 일본 정원에는 인류정신문화의 꽃이라 불리는 선(Zen)의 정신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교토를 여러번 다녀오신 분도 교토를 완전히 새롭게 이해하게 되실 것입니다. 밤마다 '철학자의 길'을 비롯하여 교토 봄의 밤 정취를 만끽하는 산책과, 다도 체험도 진행됩니다. 이 여행의 멋진 덤은 참여하는 이의 정신적인 키가 훌쩍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15명으로 제한된 이번 여행에 감사하게도 김홍근 교수께서 저의 벗에게 몇 자리를 내어주셨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가급적 서둘러 로이스에게 연락주십시오(010-9876-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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