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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야 할 스승, 피하고 싶은 제자 1
  글쓴이 : 김용규 (116.♡.7.31)     날짜 : 17-01-20 00:23     조회 : 322    

 

여기저기 몸이 좋지 않을 걸 경험하면서 짬을 내어 테니스를 시작했습니다. 테니스는 내게 딱 맞는 운동인 듯합니다. 안하면 대단히 그립고 하면 매번 즐겁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운동 테니스를 시작한지 어느새 만으로 1년이 되었습니다. 기간으로는 총 15개월 정도 되지만 중간에 부상이 있어 3개월을 꼬박 쉬었으므로 그 기간을 빼고 나면 실제 기간은 딱 1년인 셈입니다.

 

테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전문 코치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하루 20분 정도 반복해서 테니스를 익혀갑니다. 손으로 라켓을 잡는 방법을 익히고 다음으로는 포핸드 스윙의 원리를 익히고 백핸드를 익힌 다음 서비스와 발리와 스매싱, 그리고 경기의 요령 등을 익혀나갑니다. 하지만 나는 시작부터 운이 좋았습니다. 내가 찾아간 테니스 동호회에는 오래전 선수로 활동한 동호회 회장과 국가대표 감독 출신의 어른이 회원들을 무료로 지도해 주고 있었습니다. 또한 소위 구력과 실력을 갖춘 몇몇 동호회 선배들도 이따금 초보자들에게 볼을 던져주며 테니스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모두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짬을 내어 한 3개월 기본적인 동작과 요령을 대강 익히자 선배들은 아주 드물게 나를 경기에 끼워주었습니다. 생초보가 복식 경기에서 고수와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사실 민망하고 부담되는 일이었습니다. 비교적 포핸드 스트로크만 겨우 익숙한 상태이므로 자주 실점을 하는 당사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담되고 민망한 일이겠습니까? 하지만 나는 역시 최선을 다하며 경기의 요령을 익혔고 또한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을 더 열심히 익혀야 할지를 가늠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러다가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연달아 두 번 경험하면서 나는 도약에 대한 과도한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몸으로 배우기도 했습니다.

 

고마운 분들 덕분에 8개월 쯤 되자 나는 동호회 내에서 실력자와 파트너가 되어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민망함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점의 주 원인자였던 내가 자주 득점을 보태는 역할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몇 가지 기술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발리 플레이입니다. 발리란 알다시피 네트 근처에서 표범처럼 날렵한 자세로 준비하고 있다가 상대가 보내온 적당한 높이의 공을 공중에서 간결하게 끊어내듯이 잘라 쳐서 상대가 되받아 치기 어려운 위치로 빠르게 보내는 수비이자 공격의 한 기술입니다. 복식 경기에서는 특히나 이 발리기술이 중요한데 나는 도무지 이 기술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선배들이 자주 설명도 해주고 요령도 일러주지만 내 몸은 그 설명과 요령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였던 것이지요. 자연스레 늘 발리 플레이가 두려웠습니다. 또 다른 약점은 불완전한 백핸드와 위력이 떨어지는 서비스 공격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10개월 쯤 되었을 때 새로운 회원 한 분이 동호회에 합류했습니다. 첫날 나와서 스트로크를 하고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나보다 네 살이 많은 그분은 코트의 어느 위치에서건, 어느 형태의 플레이건 부자연스러운 것이 단 한구석도 없었습니다. 모든 수비 플레이는 안정되고 정교했고 모든 공격 플레이는 예리하고 강력했습니다. 포핸드와 백핸드 구분 없이 자유로웠고 모든 자세가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홀로 이렇게 뇌까렸습니다. ‘여기 노자(老子)선생이 테니스를 하고 계시네. 테니스에 도()의 경지가 있다면 바로 저분의 플레이가 도()이겠구나.’

 

동호인이나 프로들 중에는, 더 젊은 플레이어들 중에는 그분보다 훨씬 더 빠르고 강력한 사람들이 당연히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보고 느끼기에 그분의 테니스는 훌륭하게 연주되는 음악처럼 아름답고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분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약 한달 전, 나는 드디어 그분께 몇 번의 지도를 받을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도사부님이라고 부릅니다. 내 마음 속에 그분을 테니스 스승으로 섬기게 된 것이지요. 다음 주 편지에는 그 스승을 통해 좋은 스승과 피해야 할 스승, 그리고 피하고 싶은 제자의 이야기를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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