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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들이 우주이듯 나도 우주이니
  글쓴이 : 김용규 (116.♡.7.31)     날짜 : 17-03-30 17:08     조회 : 405    

 

목련꽃 희게 터지자 노란색 산수유도 제 꽃 터뜨렸습니다. 흔한 꽃 개나리는 길섶과 숲 끝에 줄을 지어 피고, 숲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는 얼레지며 꿩의 다리며 괭이눈이며 바람꽃이며 다툼 없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봄바람 가끔 드세게 불어대는 시절이 되자 봄바람을 기다려 제 수꽃가루 터뜨리는 개암나무가 아담한 꼬리모양 꽃 누르스름하게 피우고 있습니다. 물 가장자리에 텃새들 뻔질나게 드나들고 까치들 여기저기 긴 나뭇가지 주워 날라 제 신혼 집 짓고 꾸며가자 버드나무도 어느새 연두색 옅게 피워 올리며 푸르러질 한 해를 시작합니다.

 

겨울 색이 지워지고 봄 색이 차오르는 이즈음 나는 늘 기도하고 또한 묻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는 어김없이 느낍니다. ‘저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개별 개별의 우주이구나. 저 홀로이며 홀로이지 않은 존재들 하나하나 안에 신이 거()하시는구나.’ 그 느낌을 붙들고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어집니다. ‘()이시여! 감사합니다. 또 한 해를 살아 저 피어나고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우주들의 향연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해주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또한 묻게 됩니다. 대답해 줄 대상도 정하지 않고 무작정 묻게 됩니다. ‘저들의 꽃은 어디에 있었던 것입니까? 누가 목련을 순결한 흰 빛깔로 피라했고 누가 저 산수유와 개나리를 노란 빛깔로 피라한 것입니까? 누가 저 버드나무를 물 곁에 살라했고 누가 까치에게 공자와 노자의 중간 지점 즘에 오직 나뭇가지 700여 개 만을 물고 날라 제 집 지을 힘을 주신 것입니까?’

 

그 기도와 질문으로부터 느끼고 얻게 된 삶의 지혜를 바탕으로 나는 마침내 당신에게 물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 살면서도 온전한 삶의 생기를 찾기 어렵다는 바로 당신에게, 하여 종종 내게 나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어떻게 나 자신으로 살며 스스로를 꽃 피울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 그 당신에게 되묻게 되었습니다.

왜 모르시나요? 어두운 땅을 구불구불 헤치며 물을 향해 나아가는 힘이 버드나무에게 명백히 있듯, 돌풍처럼 봄바람이 이는 때에 꼭 맞춰 제 수꽃가루 400만 여개를 방사해내고 마는 개암나무가 긴 세월 봄바람의 흐름을 읽어낼 힘을 제 안에 분명히 가졌듯, 모든 생명은 그렇게 불완전하면서도 동시에 자기완결의 힘을 가진 우주적 존재인 것을 왜 모르시나요?’

 

저들이 우주적 존재로 살듯 당신과 나 역시 우리 스스로의 고유함과 유일한 특성으로 충분히 우주적 존재로 살아낼 수 있음을 왜 모르시나요? 알고자 한다면 먼저 타인이 되려는 욕망부터 버립시다. 비 피할 아늑함이 부럽다고 딱따구리가 되려는 까치가 없지 않습니까? 산꼭대기 높은 곳이 부럽다고 주목이 되려는 개나리가 없지 않습니까? 버드나무가 물에 끌리듯 우선 당신도 당신이 끌리는 어떤 곳으로 향합시다. 까치가 숲과 인간 세계 어느 지점에서 제 삶의 젖줄을 찾아냈듯 획일과 유일 사이 어느 지점에다가 당신의 서식처를 구상하고 설계해 봅시다. 끌림을 따르는 새로운 서식처의 구상, 거기서부터 출발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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