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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림 뒤에 찾아오는 것들(상) / 2기 연구원 모집안내
  글쓴이 : 김용규 (116.♡.7.31)     날짜 : 17-04-07 01:26     조회 : 744    

 

날이 밝자 비가 멈추고 개었습니다. 한낮은 강을 따라 걷기에 좋은 날이었습니다. 마음을 따라 걸었습니다. 강과 개울가의 봄은 버드나무 연노랑 빛깔 제 꽃 피우는 모습으로부터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강에는 완전히 얼음이 녹아 사라졌고 어제 오늘 내린 비로 물이 조금 불어 있었습니다. 먼 밭에 청보리 제 한껏 푸른 지금 강 물소리에도 봄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새 한 마리 후드득 물을 차고 허공으로 올라 이 강을 키워낸 저 숲으로 멀어졌습니다. 새를 따르듯 숲으로 걸음을 놓았습니다. 봄 숲은 지금 풍부해진 새들의 소리와 보슬보슬한 흙과 키 낮은 풀 향기로, 그리고 터지는 이른 꽃들의 빛깔로 제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숲 가장자리, 언젠가 내가 가재를 만나 대단히 기뻐했던 장소, 그 실개천 최상류에 살고 있는 버드나무 곁에 멈춰 섰습니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 버들도 물에 이끌려 제 부여받은 씨앗을 열고 이곳에 살고 있겠지. 그렇지. 원기(元氣)라 부르는 본디 타고난 기운역시 제 기운을 자극하는 끌리는 조건에서 발현을 시작하는 법이겠지. 저 버들은 틀림없이 이곳 실개천의 물을 만나 발아하고 물에 이끌려 제 뿌리를 뻗어나갔으리라. 그리고 지금 이 숲 가장자리에 제 당당한 주인자리를 차지하게 됐으리라.’

 

확실히 주인자리의 출발 지점은 끌림입니다. 내가 나의 여자에게 끌려 그녀와 나 사이에 사랑하는 딸아이가 생겨났듯, 내가 이 숲에 끌려 삶을 이곳으로 옮겨왔듯, 내가 이런 식의 글쓰기에 끌리고 숲의 인문학을 강연하는 일에 끌려 저자요 강연자의 삶을 살고 있듯 끌림은 그 사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가장 강력한 출발점일 것입니다. 지난 주 편지에서 나는 그러므로 거기 끌림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모든 생명이 각각 유일한 우주적 존재로 생을 부여받는 것이므로, 그리고 그 생은 다른 어떤 존재의 생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저마다의 우주로 펼쳐지는 것이므로 끌림을 따라 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끌림을 따라 사는 생이 오직 설레고 찬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이 끌림을 따라보지도 않고 자기의 유일한 세계,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고유의 우주를 포기하는 이유가 아마 그 두려운 진실에 대한 간접적 경험에서 연유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끌리는 것이 있다면 이제 끌림 뒤에 찾아오는 것들과 어떻게 노니는 것이 좋을지 내 생각을 다음 편지에서 담아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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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삶연구소 2기 연구원 모집 안내

알고 계시죠? 지난 해 시작한 자연스러운삶연구소의 연구원 제도.

지금 2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안내를 받고자 하시는 분은 댓글로 연락처와 이름을 남겨주세요. 지난 달 2기 연구원 과정에 특별전형으로 우선 선발한 이기훈 연구원을 통해 안내를 드리겠습니다.


석옥섭 (210.♡.187.27)   17-04-27 20:58
비밀글 입니다 ^^
     
여우숲 (116.♡.7.31)   17-05-04 23:33
아, 충남도청 특강에서 뵌 분이시군요.

연구원은 삶을 전환하고 싶은 절실함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연구원을 이끄는 스승으로서 저는 절실한 사람을 제자로 만나고 싶습니다.

이번 과정에 소통을 맡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안내를 받으시고 소통하여 적합한 사람일지 잘 가늠해 보시고 지원서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용규 드림
박재경 (118.♡.111.197)   17-06-12 19:57
안녕하세요 ~
경주 '꿈벗소풍'에서 신혼의 첫날밤을 보냈던 신부 박재경입니다.
그날 강의중 제게 와 닿았던 것이 두가지 있습니다.
첫째, 정해진 바가 없다.
둘째, 사랑은 빛과 그림자이다.
순간 가슴이 멍하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2기 연구원이 되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날 제 삶은 마치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삶이였지만
앞으로는 호흡이 가쁘고 숨소리가 거칠어도 스스로 살아 숨쉬는 생명체로 존재하겠습니다.
이름:박재경
연락처:011-804-5479
이메일:seoulkoala547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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