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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끌림 뒤에 찾아오는 것들(하)
  글쓴이 : 김용규 (116.♡.7.31)     날짜 : 17-04-21 01:14     조회 : 680    

 

오늘이 곡우, 춘분을 지난 지 벌써 한 달. 해의 길이는 제법 길어졌고 한낮 햇살도 한결 따사로워졌습니다. 사방은 이른 봄의 꽃 잔치가 어느 정도 갈무리되는 풍경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한낮 가로수나 공원, 숲에 눈길을 주고 잠시 길을 멈추어 보십시오. 나무마다 새로운 잎사귀들을 터트리는 그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기 충분한 즈음입니다. 나무들은 저마다가 기억하는 따사로움에 이끌려 꽃을 피웠고 제 기억 속의 햇살 길이에 끌려 지금 잎을 터트려 대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확실히 해마다 제 기억 속의 햇살과 따사로움에 이끌려 꽃 피고 잎 틔워낼 줄 아는 존재들입니다.

 

우리 사람의 삶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 뱃속을 나와 제 스스로 눈을 뜨고 목을 가누고 뒤집고 기고 옹알이를 하고 걷고 단어를 확장하고 뛰고 문장을 갖춰 말하고 낙서하고 차츰 제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한 걸음 한 걸음 제 삶의 길을 시작했듯, 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어가면서도 그저 제 끌림을 따라 자기의 길을 주저 없이 나서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삶이 얼마나 설레고 기쁘고 아름다울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끌림을 따라 사는 생이 오직 설레고 찬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기성의 훈수나 강요, 혹은 그릇된 조장에 의해 제 자신 고유의 우주를 망각하거나 포기한 채로 꾸역꾸역 살아내기 쉽습니다. 난세에 좌절을 경험한 기성이 가장 흔하게 하는 훈수나 강요는 대략 이렇습니다.

인생 별것 없다. 그러니 최대한 안전한 길을 따라 걸으라!’

 

오늘 인천 어느 거대한 섬에서 철학을 전공한 이사장이 경영하는 한 유치원의 학부모들에게 강연을 하며 내가 물어보았습니다. “나의 딸이 대학을 갔는데, 철학과로 진학했습니다. 당신의 자녀가 훗날 철학을 전공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몇몇 학부모가 바로 대답했습니다. “말려야죠!” 내가 되물었습니다. “왜요?” 그들이 되받았습니다. “취직이 어렵잖아요.”

 

애비의 한 사람인 나도 그 두려움을 이해합니다. 나 역시 아이에게 그 두려움을 이런 질문의 형식으로 이야기했으니까요. “철학이 밥과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니?”

그러나 그 평범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이가 끌림을 따라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끌림을 따라 나선 길 위에서 설렘은 잠깐이고 길고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해도 나는 자신의 순전한 열망을 기준으로 삼아 당신의 길을 나서보라 권합니다.

 

끌림 뒤에는 반드시 크고 작은 좌절과 마주하는 순간이 옵니다. 햇살을 따르는 열망으로 틔워낸 여린 나뭇잎이 애벌레와 짐승들에게 찢기고 뜯기는 상실과 마주해야 하듯. 이른 봄 피워낸 식물의 꽃잎이 모두 차가워지는 밤을 이따금 넘어서야 하듯, 빗방울에 젖으며 제 화분과 꿀을 지켜내야 하듯.

그러한 좌절의 시간과 잘 지내는 방법이요? 그것은 간단합니다. 첫째, 끌림 뒤의 좌절이 운행의 섭리임을 온 몸으로 배우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둘째, 좌절을 스승으로 모시며 끌림을 재점검하고 그 방향을 미세하게, 때론 과감하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련하고 수련하는 것입니다. 수련의 목표는 끌림을 따라 나선 길, 그 영역 위에서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작은 성취의 근육들을 키워 마침내 어느 순간 큰 성취가 가능한 근육을 장착하는 것입니다. 이때 명심할 것은 제 고유의 근육을 장착하는 것입니다. 나의 걸음걸이가 타인의 걸음걸이와 다른 것은 내가 쓰는 근육의 우선순위나 경중이 타인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애벌레와 짐승에게 뜯어 먹히는 연두빛의 나뭇잎이 하루하루 애를 써서 제 잎을 탐하는 동물들의 소화를 방해하는 물질을 초록빛의 나뭇잎 속에 장착해내듯 말입니다. 한편 어느 식물은 침이나 가시를 만들어내듯 말입니다. 마침내 그렇게 제 스타일로 지켜낸 잎과 꽃으로 가을날의 기쁨과 마주할 수 있듯 말입니다.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가는 것. 끌림을 따라 가는 것. 혹여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 또 가는 것. 비슷한 돌부리에는 이제 쉬이 넘어지지 않는 지혜를 터득한 힘으로, 그 축적된 지혜로 더 큰 돌을 넘고 바위를 건너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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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삶연구소 2기 연구원 모집 안내

알고 계시죠? 지난 해 시작한 자연스러운삶연구소의 연구원 제도.

지금 2기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몇 분이 메일로 문의를 해왔습니다. 추가로 문의를 접수한 뒤 자세히 안내할 예정입니다. 순전한 열망이 있고 도전하고 싶은 분들은 메일로 그뜻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김정민 (175.♡.17.41)   17-04-25 15:47
비밀글 입니다 ^^
     
여우숲 (116.♡.7.31)   17-05-04 23:25
그러셨군요. 절실한 사람과 만나고 싶었습니다.

이번 과정에 소통을 맡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통해 연락드리겠습니다.
안내를 받으시고 소통하여 지원서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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