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이 시작되고 두번째 달에 이곳을 찾았었는데 위치를 물어보기 위해 걸었던 전화기 너머로 저음의 묵직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꽤 오랫동안 울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지요. 그분이 누구였는지를. 늘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는데 이제야 이곳을 찾게 되는군요.

 

3일의 연휴에 곰소에 가기 위해 걸음을 나서면서 여우숲에서 하루 일정을 생각한 건 순전히 충동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하루 전날 전화를 걸어 묵을 수 있는지 여쭈었는데 다행히 처음 여우숲에 왔을 때처럼 멋진 숲지기가 계셨습니다.

 

자연은 존재자체로 빛을 발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공간은 사람이 빛을 내는 듯 합니다. 반가운 얼굴이 맞아주는 여우숲에서의 하룻밤은 다른 잠자리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매력을 갖습니다. 별을 볼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저버렸지만 풀벌레소리와 함께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자고 나니 전날의 두통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른 아침 왕고들빼기 잎을 뜯어서 가지고 왔습니다. 전날 알려주신 고들빼기가 지천이었거든요. 이곳에 올때는 쌈은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되는데.... 사람들이 몰라서 그런다고 하시면서요. 덕분에 왕고들빼기잎으로 쌈을 하여 오늘 저녁은 불고기파티를 할거구요.

 

아련한 추억의 밤이 만들어진 하루였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