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만에 다시 여우숲을 찾았다.

스스로 제자라 칭하는 유아숲 5기인 몇몇 동기들과 이런저런 저마다 삶의 무게를 품고 스승님을 뵙는다는 설렘으로 안개 낀 고속도로도 마냥 즐거움으로 달려 도착했다.

대표님이 봄을 마중하러 일찍 내려간 여우숲을 스승님 혼자 지켜가고 계셨다. 전남대 공대생들의 세미나가 여우숲에서 개최되어 행여 우리가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지 않을 까 하는 마음에 부족한 힘을 보태고 학생들 덕분에 자자산방이 우리차지가 되었다.

자자산방에는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간소한 살림살이가 주인의 사랑을 한 동안 받지 못함을 한 눈에 알아 차릴 수 있게 놓여 있었다.

우리는 자자산방에서 몇 차례의 끼니를 손수지어 먹었고 스승님에게 소박한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기쁨도 누렸다. 늦은 밤까지 나누는 대화는 그 어디서도 누릴 수 없는 충만함이었다.

하지만 여우숲을 내려와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은 마음이 너무 들썩인다.

마음을 들여다보니

여우숲 운영이 걱정스럽고

아직도 내 이름을 헷갈려 하시는 스승님의 건강이 염려되고

아직 보따리조차 풀지 못한 내 마음의 무게 때문이었다.

자꾸 마음이 한쪽으로 치우치니 불균형 때문에 마음이 들썩이는 게다.

치우치는 마음을 경계에 옮겨야겠다. 그리고 경계를 잘 지키도록 마음을 운동시켜야겠다.

마음에 균형을 찾기 위해 사우나를 다녀온 후 방을 정돈하고 해야 할 일들 일자별로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