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6 - 15:30 ~ 18:45pm

< 한편의 시 같은 시간 - 김성호 스승님 >

한 사람의 애절한 러브스토리를 들으며 그 시간 나는 함께 행복했고, 슬펐고, 느꼈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조곤조곤

옛 사랑의 추억을 들려주시는 얼굴에는 지나간 사랑의 애잔함과 그리움이

선명히 드러나 보였지요. 그리고 분명 후회 없는 사랑을 해봤다는 절실했던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한편의 사랑이야기를 나의

마음을 통하여 내가 듣고 느낀 만큼 글로 옮겨 봅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이유

행복하십니까?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이야기...

당신의 삶을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라고 다짐하게 해주는 세분의 스승님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 스승은 때로 손을 내밀어 주시고, 위로를 해주시며,

답을 주시기도 하고 꾸짖어 주시며 선생님께 힘을 주지요..

지금도 살아 계신 그 세분의 스승은 강, 산, 들 바로 자연입니다.

선생님은 자연이 가르쳐준 그 마음을 우리들에게 전해 주시고 싶으시다며

말씀을 이어 나갔습니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인간과는 또 다른 소중한 생명에 대한 이야기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동안 나는 생명이란 인간에게나 주어진 아주 특별한 무엇으로 여기고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와는 모습이 다른 생명으로 자연과 타인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자연이 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에는 무릎을 굽히거나 심지어 그 한 송이 꽃의 키에 당신의 시선을

맞추며 눈앞에 있는 소중한 자연을 마주한다 하시네요.

부끄러웠습니다. 꽃 한 송이, 잠자리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도 그 엄청난 확률로 이 세상을 채우고 있는 생명인데..

아니 더 솔직히 창피한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나 아닌 타인조차 정말 소중히

생각하고 사랑하며 살고 있는걸까..? 그저 스스로의 안위와 이익만을 쫓는

나는 너무나 하찮은 생명이었다는 생각에 내 앉아 있는 자리와 순간이

참 창피하였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시 한 번 조용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과연 다 옳은 것일까?

자신의 생각에 소신은 있어야지만 우리들은 분명 나 아닌 다른 것

역시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다른 것을 나누고

느끼는 시간이라 말씀하셨지요..

목이버섯, 까치수양, 잠자리 그리고 달걀버섯을 마주하셨을 때 몇 시간 동안

따듯한 시선으로 사랑의 교감을 나누시며 , 그 말 못하는 자연의 친구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독백하시는 선생님의 맑은 눈망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마주하며 나는 서서히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점점 나의 보잘 것 없는 영혼과 육신은 깊은 반성의 시간에 깊이 들어서게

되었지요...

흔적

부모님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 선생님께서는 담담하게 어릴 적 이야기와

당신이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마음으로 부모를 사랑했는지 들려 주셨습니다.

무덤덤하니 말씀해 주셨는데 그 사랑의 마음과 행동은 실로 평범치

않았습니다. 몸이 좀 피곤한 것만 참으면 마음이 하고 싶은 일을 몸이 따라

할 수 있다 하셨고, 나중에 들려주셨던 큰오색딱따구리의 이야기까지 듣고

보니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그 사랑은 참으로 놀라운 희생과 기다림

그리고 깊은 마음이라 여겨지네요..

곁에는 안계시만 몇 장의 사진과 옷가지들 그리고 가슴 속 추억의 흔적은

당신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힘이라 하십니다.

동물들의 흔적인 족적 하나만 보더라도 많은 것들을 추론할 수 있다는 선생님의 섬세함과 예리함은 하나를 보더라도 깊이 생각을 하고 사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동물의 발자국을 만나면

늘 부끄러운 나의 발자국을 돌이켜 보신다는 말씀은 항상 자기반성 속에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지향하시는 듯 하네요..

15년이란 시간을 자연으로 인해 설렘 속에 살았는데 더 이상 두근거림을

느끼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표현하신 선생님께서는 또 다시

3년간 538종의 새에게 마음의 발걸음을 옮겼지만 조각 조각난 짧고 얕은

이야기들은 어느덧 설렘을 죽게 만들게 되었고, 그 즈음 몸이 좋지 않았던

어느 날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삶을 이고 사는 큰오색딱따구리를

만나게 되어 그 흔적을 긴 이야기로 만들어 보겠다는 새로운 설렘을

선물 받습니다...

희생, 기다림 끝에나 가능한 사랑의 만남

큰오색딱따구리에 대한 사랑을 들려주시며 몇 번의 호흡을 가다듬고,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바라보니 그 모습이 숭고한 사랑의 노래로 들립니다. 한 쌍의 새를 통해 삶을 배우고 사랑을 배우는 노력의 결실은

목숨을 걸고 끝없이 길을 물으며 새와 당신을 동격으로 여기는

마음에서부터 출발하게 됩니다.

한 쌍의 새가 서로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을

먼발치 어둡고 좁은 자신이 만들어낸 감옥에 들어가 스스로 고문을 하는

시간 속에서 하나하나 선물을 받듯 사진과 기록을 남기며 참으로 행복했었다 라고 회상을 하시는 모습에 어떻게든 고통 없이 사랑을 하고 싶고,

받으려 하고 또 얻으려 했던 나를 스스로 쓰레기 같았던 욕심이며

이기적인 삶이었다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딱따구리조차 사랑을 받기 위한 선물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자신의 알을 품는 시간에는 스스로 자신의 가장 소중한 날개를 꺾고,

온전한 체온을 전해 주기 위해 배의 깃털을 쟤 부리로 뽑아 던지는데..

거센 비바람이 불어 닥쳐도 쟤 자식을 위해 홀딱 젖는 몸을 개의치 않고

날갯짓을 하는데..

세상 가장 사랑하는 서로의 모습을 단 몇 초씩만 바라보면서도

그 사랑이 날로 깊어지는데..

나는 딱따구리의 사랑이야기와 자신을 희생하는 그 모습들이 담긴 사진들을

바라보며 오만한 내 눈을 쳐들어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습니다..

‘ 인간보다 숭고한 사랑을 저들이 하는구나’

‘ 저들은 살아있는, 존재하는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사는구나 ’

딱따구리에 대한 말씀은 내 자신이 지금 아이를 기르는 마음과 많이

닮아있음을 느끼면서도 괴로울 만큼 부끄러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당부하듯 한마디 던지셨습니다.

“ 내가 어떻게, 왜 여기까지 지금까지 왔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

큰사랑

딱따구리 가족과 함께 비를 맞으며 새의 마음을 헤아리시던 선생님께서는

그들에게서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느끼시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저 새 정도가 되어야지 않을까라는 자신만의 정의를 내리셨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자식이라지만 온전히 자신의 날갯짓으로만 진정한 자연의

품으로 안전히 들어갈 수 있도록 첫 날갯짓의 용기를 키워주는 부모 새의

육아 방식은 인간이 쟤 자식을 기르고 품에서 떠나보내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주는 사랑의 시기와 주지 못하는 사랑의 시기를 너무도 정확하게 알고 또 아는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한 쌍 부모 새에게 큰사랑이란

무엇인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자신보다 힘이 센 상대에게도 목숨을 걸고 자식을 지켜내는 아빠 딱따구리가 배고픈 자식에게 고의로 먹이를 주지 못하는 그 시기는

얼마나 가슴이 메어지게 아팠을까요...?

선생님께서는 진정한 사랑은 뭐든지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것이라 여기셨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제 조금은 그 마음에

동의하지요.. 주는 것보다 주지 않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딱따구리의

살아있는 표정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정도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자라 부모의 곁을 떠난

그 새끼 딱따구리가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함께 호흡을 나눴던

선생님께서는 텅 빈 딱따구리 집을 바라보시며 그동안 가장 큰 것을

놓쳤었다 말씀 하십니다.

둥지가 되는 것!

자신의 가슴을 다 파내주고 받아들이는 그 나무!

아마도 잘은 모르겠지만 사랑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품을 수 있고, 나눌 수 있었던 그 홀로 살아가는 나무 같은 것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새를 통해 인간의 사랑을 한수 배우신 선생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의 겉모습이 다르듯 사람마다 빛나는 것도 다 다를 거라

말씀하셨습니다. 나와 같지 않은 것은 정답이 아니라 여기며 내 기준을

명확히 긋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참 작은 사람의 편견이었다 반성하게

만들어 주네요.

인간의 삶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길을 묻고, 두드려보고 스스로 알게 되고,

깨우치게 되는 것. 태어나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자신의 타고난 빛을 찾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다. - 김성호님

하나의 새에게도 예의를 갖추고, 기다림을 당신의 큰 기쁨으로 여기시는

선생님의 러브스토리는 한 편의 시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진심이 담긴 육성과 눈빛은 참 감미로웠고, 감히 바라보는 당신의 발자취는

부끄럽지 않은, 걸음마다 밝은 빛을 발산해내는 아름다운 족적으로

보여 집니다.

사람의 목소리 보다 바람결에 스치는 바람소리가 더 좋고,

사람의 목소리 보다 새의 노랫소리, 흐르는 물의 소리가 더 좋다는 당신을

우리들은 위대한 사랑의 스승을 마주할 수 있었던 훌륭한 시간이었다고

여기며 그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를 가슴에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part. 7 - 18:45 ~ 20:00pm

정성 한 그릇

여우숲의 하루해가 어느덧 모습을 감추었지만 여우숲은 사람을 사랑하고

여우숲을 사랑하는 한 남자의 모닥불로 따듯한 저녁의 해가 다시 한 번

떠올랐습니다.

그 무렵 점심시간부터 소중한 강의도 뒤로 밀어두고 많은 사람들의

어머니가 되어 정성을 담은 밥 한 공기를 준비해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정갈하게 놓여 있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어 맛을 보았더니 음식이

과연 예술이었습니다. 이것저것 화려하게 만든 맛이 아닌 본 재료 본연의

향을 맡을 수 있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깊이 느껴지는 각각의 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맛의 향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아름답게

눈에 띄는 모습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주저 없이 소매를 걷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보태고 있던 모습이었지요.

한 편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를 통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 되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보기 좋은 향기를 뽐내고

있는지 궁금하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고,

가을 본연의 모습을 만끽할 수 있으며,

한잔 술이 늘 촉을 세우며 살아가던 나의 경계심을 해체 시켜 주었고,

늘 곁에 있어 보고 싶은 감정조차 느끼기 힘들었던 가족이

깊이 그리워지는 여우숲의 밤이 고마웠습니다.

part. 8 - 20:00 ~ 24:00pm

내 삶의 주인으로 살 것인가, 손님으로 살 것인가

철없던 긴 시절..

내가 원하는 자유만이 나를 지배하고 살던 그 못됐던 시절을 지나

평생을 함께 할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내 삶에 귀속 되어진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제 조금은 철이 들어 살고 있는지 조용하고 어두운

여우숲의 어느 길 위에서 묻습니다. 아주 잠시 후 스스로 대답합니다.

아직 멀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다.

한 달에 한번 나는 반짝이는 별과 달빛아래의 여우숲 속에서

스스로를 다그치고, 위로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나를 한번 돌아보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시간의 힘이 얼마간

나의 다짐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텨주지요.. 그리고 놀라운 일은 버티는 힘이

조금씩, 며칠씩 길어짐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돌리면 늘 나를 보며 웃어주고, 손 내밀어 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참 고마운 일들입니다. 한 달에 한번 긴 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따듯한 사람들 덕에 그 훈훈함이 내 일상에까지 번지는 듯 하네요.

나를 내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도록 보이지 않게 나를 지탱해주는

기운을 주는 여우숲의 하루가 맛있는 술과 맛있는 대화 속에서

기분 좋게 잠을 청하게 도와줍니다.

그 모든 것이 깊이 감사한 하루를 생일날 선물로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좋은 사진을 허락해 주신 최진수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