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천십오 년 시월의 여우숲 인문모임 *

< 자연과 생명을 통해 배우는 사람의 길 >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김성호 님)

여우숲을 가슴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의 스물 네 시간 여행이야기를 시작합니다...

part. 1 -　00 ~ 02am

세상, 우리들의 놀이터

달리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르고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하루는 시작된다. 하루라는 역사를 자신만의 시간으로 살아가지 못한 채로 혹은 않은 채로

시간에 살며시 기대어 얹혀살아지는 실수를 우리들은 종종 마주한다.

인생은 정답 없는 놀이터..

내 놀이터의 하루를 아내와 함께 와인 한잔과 시월 여우숲 모임의

설렘으로 시작하였습니다.

part. 2 - 02 ~ 06am

나의 울타리

늦은 밤까지 딸아이와 놀이터에서 눈을 마주치며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놀며 오랜 시간 눈을 마주 하였습니다. 세상에 초대되어 이제 겨우 3번째

가을을 맞는 어린아이가 말로 자신의 감정을 다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눈빛과 그 몸짓을 바라보노라면 은근히 느껴지는 아이의 행복은 내 삶

가장 큰 미소가 되었지요..

아침에 눈을 떠 아직 꿈나라에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참

미안했습니다. 나의 행복과 자유로운 영혼의 부름을 좇아 홀로 좋은 시간을

즐기러 떠나려는 남편의 모습, 아빠의 모습이 어쩌면 너무 이기적이지는

않을까 했지요. 함께 떠나고도 싶었지만 나만의 공간을 아껴주려는

아내의 마음에 깊이 감사하며 나보다 먼저 일어난 태양과 아침 인사를

나눴답니다.

part. 3 - 06 ~ 07am

숲속 친구들과의 아침인사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내 하루의 시작은 숲속에 사는 나의 친구들과 함께

시작하지요. 숲에서 노는 아이들의 친구이자 인간과는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밤새 기다렸을 한 모금 물과 아침식사를 주며 하루를

인사합니다. 그들에게 일용할 식량을 주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온전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정답을 잘 모르겠는데

아침마다 만나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내가 이기적인 마음을 앞세운 선택을 하고 살아가고 있나 봅니다..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한 아름 모여 있는 국화가 오늘따라 눈에 띄게

다른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여름 한 철을 잘 지냈다고 나에게

인사하듯 마치 내일이면 모두 만개 할 기세로 모든 꽃봉오리에 노란색 물감을 칠하며 저의 시선을 기다리고 있네요... 가만히 바라다보니 옆에 자리하고

있던 백일홍의 붉은 꽃이 여름내 자신을 꽃피우기 위한 땡볕 아래 그 처절한

사투를 마치고 어느덧 계절을 국화에게 양보한 듯 서있는 모습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시기를 스스로 깨우쳐 피고, 또 지는 한 송이 국화가

지금 내가 서있는 계절을 친절히 자신의 모습으로 알아가게 해주는

고마운 아침입니다..

part. 4 - 07 ~ 14pm

다가가는 길

긴 여정이 시작 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지나가는 이 길은 변함없는데 길을 제외한 모든 것은

지난번 같지 않은 모습으로 나의 여행을 동행 합니다.

분명히 하나의 나뭇잎조차 갖추지 못한 그 나무였는데,

어느새 잎을 피우고, 자연의 흐름에 몸을 던져 자신의 색을 바꾸며,

다음을 기약하고 스스로 물러날 때를 받아들인 수많은 생명들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기도 하고, 땅에 나뒹굴며 자신의 지금에 순응하며

살고 있네요. 나와 함께 동행 하고 있는 친구 역시 이런 자연의 모습에

감탄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지금도 내 인생의 몇몇 부분을 감추고 싶어 하고

부끄러워하는데 자연은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지금의

모습을 사랑하는 듯 한 모습에 내 자신이 참 작아짐을 느끼게 됩니다..

part. 5 - 14 ~ 15:30pm

하늘아래 여우숲

저마다의 설렘을 가슴에 품고 여우숲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과 시간을 즐기게 됩니다. 문득 내가 처음 이곳에 왔던 한없이 낯설었던

그 때가 기억이 나네요. 인문/철학 공부 모임이라는 단어는 제게 참으로

부담스러웠고, 어색했습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인문이란 단어를 접해보지

않았고 관련의 강연은 더더욱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4월 달 첫모임의 1박2일은 내가 그곳에 앉아있는 것, 서있는 것 모두 부자연스러운 나의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를 또다시 여우숲으로 부른 것은 다름 아닌

여우숲의 하늘과 온 시야에 꽉 들어차는 녹색의 풍경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숨 가쁘게 헤엄을 치다 문득 마음 편히 숨을 쉬고 싶다 생각하였는데 스치듯 여우숲이 떠올랐고, 그래서 나는 현실을 도피해 나를 숨기고

숨 쉬기 위해 다시 한 번 여우숲을 빌리기로 마음먹었었지요.

관계에 자연스레 시간이 쌓이고, 관심 없던 주제의 강의가 나도 모르게

내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듯 한 경험을 하니 이제는 한 달에 한번 하는

강의가 내심 기다려지고, 차차 깊어지는 그 사람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하늘아래 여우숲은 나도 모르게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