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게 길을 묻다』를 읽고

엄명자

숲Ⅰ

이른 아침 숲 속을 걷노라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가시내들처럼 새들의 웃음소리 까르르 일어난다. 일제히 기쁨도 일어선다. 햇빛 가득한 한낮 숲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뭇잎들은 비눗방울처럼 찰랑찰랑 빛난다. 콧등을 맞대고 빚어낸 빛의 조각들 가득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숲에선 까만 영혼의 이마를 마주하며 나뭇잎들이 수군거린다. 바람의 선을 따라 별빛도 내려앉는다. 사시사철 은하수처럼 신비한 무늬를 그려내는 숲의 생명들은 태어나고 자라고 죽음을 맞이하며 강물처럼 흐른다. 영혼도 따라 흐른다.

숲Ⅱ

시든 꽃처럼 흐느적거리던 나를 숲은 환한 생명의 빛으로 일으켜 세웠지. 내 속에 숨겨진 고운 씨앗을 찾고, 나만의 꽃을 피우고, 더불어 아름다운 숲을 가꾸는 삶, 그 삶을 위해 생명의 숨 불어 넣었지. 새 생명을 위해 기꺼이 흙으로 돌아가는 다한 목숨도 숲에선 악기가 빚어내는 얇은 리듬처럼 영혼의 소리로 깔린다. 수명을 다한 인연에 속울음 토해내던 절망의 순간에도 숲은 온기 가득한 손바닥으로 쓰러진 무릎을 일으켜 세웠지. 무수히 쌓인 낙엽들 위로 또 한 장의 나뭇잎이 사르르 내려앉는다. 숲이 흐른다. 마음의 계절이 숲을 따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