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숲으로 가기 전 서울에서 친정집으로 놀러온 동생에게 이렇게 호언장담했습니다.

“너는 거기 가서 방에 누워만 있어!” “내가 쌍둥이들과 신나게 놀아줄께!” 라고.^^

 그리고 7월 30일. 현대 기술 문명이 전해주는 온갖 혜택을 성급하게 즐기는 여동생을 설득해서 찾아 간 여우숲.

그러나... 여우숲을 알리는 숲 입구 이정표에서 숙소가 있는 층층나무관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에서 동생의 거대한 불평이 터져버렸습니다.   언덕길을 올라갈 때 오르막길에 깔린 큼지막한 돌들이 내 동생의 자동차를 사정없이 긁어 댔고 그 소리가 예민한 동생의 신경을 폭발시켰습니다. “내가 다시 여기 오나 봐” 힘주어 말하는 동생..... 나는 난처함과 미안함으로 동생의 눈치를 살폈고, 쌍둥이 조카들은 높은 산인데도 불구하고 저기압이 전해주는 기운에 눌려 동생이 그렇게 바라는 모범생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전 이 길이 끝나기만을 가슴졸이며 기다렸습니다.  간신히 도착했지만 그 것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숙소 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임시로 들어간 방에 짐을 옮겨 놓았는데 조카들의 실수로 방문이 안에서 잠겨버렸습니다.  더 기가막힌 상황은 잠겨버린 방문을 열기 위해선 저~어기 전남 광주로 강의를 나가신 여우숲 대표님이 오실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 우리들은 숲까페 앞 테라스의 나무 그늘에 지친 몸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한 참을 침묵으로 이 난관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점점 느긋함이 몸에 베이고 숲속 어디선가 이름 모를 꽃향기가 코를 통해 마음으로 전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꽃향기가 좋아 말문이 열렸고 어이없음에 웃음이 ‘빵’ 터져 버렸습니다. 나는 오히려 이 상황이 너무나 맘에 들었습니다. 동생과 조카들이 자극적이고 편리한 문명에서 벗어나 자연에 길들여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대신 동생은 육아에서 벗어나 ‘누워만 있는’ 꿈같은 시간을 뺏겼지만.^^

대표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돌맹이를 이용해서 40분을 놀았고, 자연속에서 책도 읽고, 여우숲을 지키는 산과 바다와 소통도하고, 나무토막으로 새집도 만들었습니다. 모기들이 공격하기 시작한 늦은 저녁까지 온전히 밖에서 놀았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으로 나온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 담백한 버섯전골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네요. 또  새벽에는 하늘문이 열리고 수 많은 별들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이 여행에서의 나의 목적은 대중적인 성인들의 정서 문화와 점점 더 자극적인 것에 목말라 하는 8살 난 조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자연처럼 스스로 성장해가는 ‘자성의 힘’을 길러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습니다. 군산집으로 돌아가는 여우숲의 내리막길이 어땠을까요? 동생의 신경을 긁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난코스를 벗어났을 때는 우리 모두 “오예!”하고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을에 한 번만 더 오자는 동생의 전투적인 제안을 들었습니다.^^:

여우숲을 통해 불편함을 못 참는 동생에게 용서 받았습니다.

여우숲! 그 곳은 여우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었어요.  몸이 조금 불편한 것이 용서가 되면서 삶의 여유가 없어 마음이 불편한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