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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섭작가 블로그 펌] 여우를 기다리는 여우숲을 다녀오다.
  글쓴이 : 신나소협 (220.♡.41.157)     날짜 : 15-08-11 19:32     조회 : 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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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2015년 08월 01일(토) 여우숲인문모임 강연, <“절망”을 “꽃”으로 피워낸 사람들: 추사 김정희, 다산 정약용, 로자 룩셈부르크외>에 초대된 정명섭 선생께서 강연후의 소감을 블로그에 남기신 내용입니다.  

여우숲과 인문모임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으셨기에 글을 옮기면서 따로이 허락받지 않았습니다.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고, 정겨움이 묻어납니다. 추리작가로소 여우숲의 곳곳을 살펴보는 관찰의 시선도 새롭고 신선합니다.  

함께할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명섭 선생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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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우를 기다리는 여우숲을 다녀오다. |작성자 블레이드

 

 

여우를 기다리는 여우숲을 다녀오다. 보고 듣고 즐기다

2015.08.03. 17:31

 

지난 주말,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충북 괴산으로 향했다. 여우숲 학교라는 곳에서 1박 2일간의 강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검색을 해 봤더니 재미있는 얘기들이 들려왔다. 사라진 여우를 기다린다는 뜻에서 여우숲이라고 지었다는 얘기부터 포장도 되지 않은 산 속에 이런 시설들을 지어놓은 김용규 대표의 이력까지 말이다. 괴산터미널에서 내려서 여우숲에 들어가는 분의 차를 얻어탔다. 모험 아닌 모험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여우숲의 상징인 여우 조형물. 강한 햇빛 때문에 마치 진짜 여우가 숲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것철머 보였다.

앞에서 본 모습. 여우가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우숲의 층층나무관으로 올라가는 길. 보시다시피 비포장 도로에 경사가 심한 편이라 차가 올라가기 쉽지 않다.

여우 조형물 옆에 서 있는 또 다른 시설인 졸참나무관. 콘크리트와 나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졸참나무관은 다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숙소, 외부 강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지은 건물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외부 강당. 숲 속에서 강연을 하거나 모임을 갖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바닥이 나무로 만들어져서 밟는 느낌이 좋았다.

층층나무관으로 올라가는 도로 중간 중간에는 이렇게 캠핑을 할 수 있는 데크가 만들어져있다. 현재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졸참나무관에서 한참 걸어올라오면 도착하는 층층나무관이다. 역시 지형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만들어져있다. 이곳은 카페와 강의실, 숙소와 사무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중턱이라 햇살이 온전히 내리쬐였다.

사실 여우숲의 터줏대감은 여우가 아니라 개였다. 첫날 모습을 드러낸 암컷 바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지내서 그런지 너무 자연스럽게 돌아다녔다.

층층나무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전경. 아래쪽 마을은 인하대학교 동문들이 만들었다는 미루 마을이다. 건너편의 산들도 아름다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라봤다.

카페 앞에는 해먹 두 개가 놓여있었다. 내 몸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견뎌줬다. 처음에는 좀 무서웠는데 누워서 책을 읽기에는 딱 좋았다. 우리집 옥탑에 하나 가져다놓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여우숲의 로고. 어린 왕자와 여우가 나란히 서 있다. 층층나무관은 일직선이 아니라 옆으로 살짝 비틀려 있는데 앞에 있는 층층나무 때문이란다. 자연과 함께 지낸다는 여우숲 학교의 취지를 잘 살렸다.

개들도 너무 자연스럽게 돌아다닌다. 도시와 멀리 떨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이렇게 마음이 편할 수 있다는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다.

강연장의 배너. 이번 강연의 주제는 절망을 꽃으로 피워낸 사람들이다. 삶이 망가져버릴 정도의 큰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불타는 예술혼을 꽃피운 추사 김정희와 오랜 유배생활을 오히려 자신의 사상을 집대성하게 되는 계기로 만든 다산 정약용, 유태인 여성으로 태어나서 혁명으로 뛰어든 로자 룩셈부르크까지 다뤘다. 사실 경험이 쌓이다보니까 강연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나갈 것인가를 걱정했는데 모인 분들이 모두 열정적이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졸참나무관 2층에 있는 숙소. 사진 왼쪽의 방이 내가 머물던 곳이다. 이곳 방문객들의 후기를 보면 시설이 별로 좋지 않다는 식의 얘기들이 많다. 하지만 여긴 팬션이나 숙박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점은 감안해야 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화장실과 샤워실을 겸한 공간이 너무 작았고, 에어컨이 없이 선풍기만 있다는 것, 그리고 세면도구 일체를 준비해가야 한다는 점도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모토가 느리고 불편하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럭저럭 넘어갈만하다. 문과 창문에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어서 열어놓고 자면 어느 정도 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양쪽 벽면이 황토라서 건강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내부는 복층으로 되어 있다. 위층 지붕에는 이렇게 밤하늘을 볼 수 있는 창문이 있다. 여기서 자고 싶었지만 너무 더울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이곳에서 별을 보면서 자고 싶다.

다음날은 새벽부터 비가왔다. 산속에서 내려다보는 비 속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먹구름에 가린 산줄기의 모습은 자연이 주는 선물 같았다.

숙소 앞에 의자에 앉아서 한가롭게 책을 읽었다. 집에서는 한 글자도 들어오지 않던 책이 잘 읽혔다. 멀리 떠나온다는 것이 때로는 휴식이 된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다.

카페에서 타준 커피 한 잔을 들고 의자에 앉았다. 산 속은 여전히 비와 침묵 속에 잠겨있고, 사람들은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모든게 느리고 불편한 이곳이 바쁘게 사는 우리들에게는 뜻 밖의 천국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

 

[출처] 여우를 기다리는 여우숲을 다녀오다. |작성자 블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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