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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에 가다)

'숲에게 좋은 삶의 길을 묻다' 란 강연 주제에 끌려 도청에 가 앉았다.

주변에 많은 도청 직원들이 보인다.

옆자리에 앉은 여인에게

"이렇게 직장내에서 좋은 강연도 들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으세요?"

했더니 예상외의 반응이 나온다.

일이 바빠서 여유가 없다보니 강연의 기대감보다 연수시간을 채우러 온 사람이 많다는 거다.

'아.......'

좋은 삶에 대해 강연자는 깊고 따뜻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우리는 '성공하면 좋은 삶이 될거야' 라는 세상이 만들어 준 기준에 의해 살지만, 과연 그런가?

좋은 삶의 기준은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삶에 대한 그림을 갖고 살라고 말한다. 세상이 그려준 그림이 아닌.

인문학이 이렇게 우리의 주변으로 찾아와 주어 참으로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강연 중 '여러분이 살아 온 날 중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다면 언제입니까?'를 질문하면서

그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존경하는 스승님의 죽음 전, 스승님이 그를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 회한에 대하여.

난 언제일까?

갑자기 목에서 울컥 올라오는 한 줌 덩어리가 있다.

그 애는 결혼 후 넉 달만에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다.

그 애가 결혼 후 심한 방황을 할 때, 내게 언질을 주었음에도 난 섬세하게 알아채질 못했다.

그 애가 나를 필요로 할 때, 외로워할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서 보낸것이다. 그 애를.

삶을 상상하여, 신이 계셔서 내가 돌아갈 장면이 있다면 난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 애와 찬란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안아주리라고.

내 심연을 건드려 삶을 회복하는 강연이었다.

가 보자. 여우숲으로. 삶을 배우고 놀이하는 그 기운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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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숲에 모인 어린왕자들)

마침 10월 여우숲의 인문강연 주제는 편해문 선생님의 <"어린이" "놀이" "놀이터"를 보는 새로운 눈>이란다.

초등학생에게 하모니카를 가르치고 있고, 놀이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좋은 기회다.

강연 시각보다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여우숲 학교 뒷산으로 올라가 보았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작은 산길 중턱에 위쪽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그 햇살을 눈 위로 얹어놓고 가만히 있었다.

눈을 살짝 떴다 감았다 하며 속눈썹위로 내려앉은 햇살을 느낀다.

따뜻하고 보드랍다.

실은 나는 숲에 가면 이렇게 놀기도 한다.

강연장에서 만난 편해문선생님.

그는 어린이, 놀이, 놀이터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깊이 있게 체험한 사례와 박식한 이론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아이들이 다 커 버린 나로서는 참으로 아쉬움이 컸다.

이런 강연을 많이 듣고 안정감 있는 엄마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옆쪽에 앉은 젊은 엄마를 아쉬움의 눈으로 쳐다보니 그녀도 알아챈 듯 마주 웃어준다.

강연 후반부에 'ㄹ'의 기운을 가지고 살기에 대해 말씀해준다.

아이들이 '놀이, 물, 흐르다, 콸콸, 바람, 노래'등 'ㄹ'이 들어간 기운을 가지고 살아야 행복하다고.

그러려면 부모가 먼저 'ㄹ'의 기운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강연이 막바지로 가고 있는데 선생님이 자꾸 내 앞으로 오는 것 같다.

'아, 내가 그 동안 'ㄹ'의 기운으로 많이 살아서 그런 건 아닐까?'

착각일까, 자각일까?

사실 강연 들으며 박수 잘 하고 환호 잘 하는 관객역할이 자신있다.

그게 얼마나 재미진 놀인줄 아는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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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작은 축제와 하모니카)

강연이 끝나고 저녁 식사후 포틀럭파티가 시작되었다.

카페 앞마당에 모닥불을 지피고 둘러앉은 우리는 가지고 온 음식을 먹고 술잔을 부딪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구든 그럴 것이다.

첫 모임에 혼자 참여하는 이상, 관계에 대한 불안말이다.

나 역시 참여하기를 살짝 망설인 부분이다.

그런데 부산에서 오신 시인께서 나보고 ‘노숙하다’란 표현을 하셨다.

처음 듣는 그 말을 우리는 인터넷으로 찾아 뜻을 알려주고 웃으며 공유한다.

저 멀리 괴산 시내의 불빛이 아름답다.

모닥불 타는 소리와 가끔 매캐한 연기와 따뜻한 불기운 속에서 밤도 깊어간다.

귀가할 사람들이 하나 둘 가고난 후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내가 하모니카 강사라고 하자 하모니카 연주를 박수와 환호로 청한다.

때는 시월이고 이렇게 멋진 파티에 모였으니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을 불었다.

탁탁 모닥불 타는 소리, 어릴 적 향수를 부르는 불 냄새, 열린 밤공기 사이로 하모니카 선율이 흐른다.

하모니카는 음주연주에 아주 취약하다.

살짝 취한 상태에서 따닥따닥 붙어있는 취구를 정확히 맞춰 소리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기분 좋은 연주였다.

‘앙코르’와 연주 주문이 이어졌다.

여우숲 포틀럭 파티에서 악기 연주는 오늘이 처음이라 했다.

‘아, 하모니카가 이렇게나 환영받는다.

이 악기가 나와 주변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구나.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악기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자산이구나.‘ 싶었다.

조화로운 축제였다.

대화가 이어지고, 박장대소 중간 중간에 숲학교 교장선생님의 단상도 양념처럼 깃들어 배움과 놀이가 어울어 졌다.

술기운 중에도 기억에 남는 말씀 중 하나는 ‘결핍’에 대한 거였다.

내 상념도 이어진다.

결핍이 없는 사람이 있으랴. 모두들 결핍을 아름답게 잘 겪어내고 승화시키고 있다.

승화시키려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연주한 <오블라디 오블라다>에 맞춰 텝댄스 추던 청년의 장단이 귀에 남았다.

며칠 후, 밴드모임에 올려진 말 중

‘하모니카의 맑고 고운 소리에 매료되었습니다.’가 내 마음을 채운다.

(주관적 입장으로 썼네요.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