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늦둥이 아들이 여우숲을 찾아왔다.

아내는 늦둥이에게 경험이라는 선물을 주기 위해 애써 어려운 길을 선택해 왔다.

승용차를 놔두고 집에서 신경주역으로 가서 KTX를 타고 오송역으로, 오송역에서 청주시외버스터미널로, 거기에서 다시 괴산터미널로 기나긴 시간을 돌아서 왔다.

늦둥이는 KTX의 속도에, 아버지가 굉장히 멀리 있음에, 놀란 눈치였다.

그런 아들에게 가능한 스스로가 원하는 선에서 숲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숲을 걸었고,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는 모습을 보여 주었으며, 그는 작은 도끼를 들고 직접 따라해 보기도 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산막이 옛길로 가서 트레킹을 했다. 출렁다리도 제법 멋있게 건너 내었고, 처음으로 배도 타게 되었다.

오후엔 아궁이에 군불을 때는 모습을 지켜 보았고, 고구마도 구워 먹었다. 굴뚝을 통해 나오는 연기를 보며 방이 따뜻해 지는 원리를 이해하게 되었다.

교육에 대한 관점이, 자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곳에 와서 더 많이 교정되었기에, 늦둥이에게 만큼은 더 자유스럽게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선택하는 훈련을 하게 해 주고 싶다. 그러면서 대학생이 된 큰 아이들에게 그러지 못했음에 자책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달란트가 분명히 있기에 그것을 잘 꺼집어 내어 그들이 꿈꾸는 삶을 분명히 잘 살아낼 것임을 확신하기에 안도한다.

부모님을 지극히 존경하지만 그래도 닮고 싶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느날 돌아보니 내가 똑같이 행동하고 있음에 크게 놀랐었다.

나의 부정적인 모습을 내 아이들은 닮지 않기를 바랐는데, 그것을 똑같은 모습으로 행할때 소스라치게 놀랐던 적이 있다.

바른 부모의 상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중요함을, 내 모습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부정적인 모습을 끊어내기 위하여 결단하고 노력하는 지혜로운 부모가 되어야 함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미안하지만 늦둥이에게라도 더 나아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길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산과 바다가 근 한 달여만에 돌아왔다.

얼마나 기쁜지 나도 잘 못 먹는(?) 삼겹살을 구워주고, 아내가 끓여준 끼재를 그들에게도 나눠준다.

산이는 이제 묶여서 이동권이 제한되는 벌(?)을 받았다.

바다는 좀 자유스럽지만...

이들이 있어 여우숲이 좀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 드는건 나만의 생각일까?

이 밤, 둥근 달이 떠 있고, 아내와 늦둥이가 있으며, 산과 바다가 있다.

다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