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보니, 뭐라고 명명하기가 참 힘이 드네요.

가족들에게 저는 짐일 수 있겠는데...

저는 아주 보수적인 경상도의 여유있는(?)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나 큰 어려움 없이 잘 성장했습니다.

중학교때 촌에서 대구로 유학을 갈 수 있었고, 대학 졸업과 동시에 부모님께서 마련(?)한 직장에 취업도 했고, 어느 순간 새로움을 찾아 사직하고 개인사업을 시작할때도, 다시 여러 형태의 과정들을 겪을때도 마지막 책임은 늘 가족들이 져 주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것 같지만 실제론 우리 가족들이 그러했고, 저는 온실속의 화초나 다름없었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사회적인 명분, 가치들을 쫓아 나아갈때, 뻔히 보이는 어려움을 예상함에도 동의하고 지지해주는 이들 역시 가족들이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져 주는 이 역시 가족이었습니다.

여우숲에 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겠노라 밝혔을때도 만류치 못하고 엄청나게 속상해 하셨음을 곧 알게 되었지만 모른척 저만 여기서 평안을 맘껏 누리고 있었지요.

늘 걱정하고 염려해서 그것이 속상함으로 나타나 그 스트레스가 급기야 아내에게까지 전달되는 사태앞에서도 모른척할 수 밖에 없는 죄인이었습니다.

잘 적응하는 모습에 이제는 안도하던 가족들이 어머님의 생신을 맞아 이곳 여우숲을 방문하셨습니다.

탁 트인 멋진 조망에, 환경에, 여우숲의 지향에 아주 만족해 하시는 모습에 저도 안도가 되었습니다.

맘껏 누리시길 원하면서 잠깐 읍내에 일을 보러 나간 사이 데크며, 마당이며, 잔디밭 등 모두를 손질하고 계셨습니다. 오십이 된 아들이 이런 일이 너무 서투름을 잘 알고 계시기에, 제 눈엔 잘 보이지 않던 부분들을 당신들의 손길로...

오늘도 몇번이나 비질을 하시는 모습에 제발 그냥 놔 두시고 쉬시라고 말씀드려도 그것이 즐거움인양...

다들 가시고 어머님은 용규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가시겠노라, 방문한 "부천 여성의전화" 팀들 뒤에 앉아 메모까지 하시며 경청하고 계십니다.

부모에게 아들, 아니 자식은 어느 순간 아주 무책임할 정도로 떠나 보내야 하는 대상임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는 즈음에 나의 부모님께서는 아직도 품안의 자식입니다.

그런 부모님께 더 멋진 노후를 선물로 드리지 못함은 내 삶에서 가장 잘못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합니다.

남은 삶을 더 큰 성찰을 통해 자족하는 삶, 기여하는 삶, 헌신하는 삶을 기어코 이루어내어 부모님께서 자랑스러이 여기는 그런 아들이 되어야 할 터인데...

그러나 조급해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멀리 가지도 못하고 일을 망칠 터이니 말입니다.

눈 앞의 이익이나, 유혹들로 쉽게 흔들리지 않고 목표한 삶을 향해 기꺼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런 삶을 살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적어도 나의 가족들에게 만큼은 자랑스러운 이가 되도록 말입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부모님이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이 시간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또한 한부모님을 통해 형제자매가 된 동생가족들과 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평안을 누리며 행복한 삶 살아내길 응원합니다.